빅데이터(Bigdata)가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시대, 묵묵히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손에 쥐어진 툴이 엑셀 뿐이더라도 상관없었다. 어쩌면 손에 쥔 무기를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스타트업을 만들고 투자하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표순 재무, 데이터분석 총괄팀장(사진)은 엑셀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만났다. 박 팀장의 분석은 이제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를 만나 현장에서의 데이터 분석 이야기를 들었다.

수많은 기업들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회사에서는 어떤 근거를 통해서 움직이는 걸까.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회사를 만들고, 성장을 돕는 역할을 자청한다. 파트너사인 푸드플라이, 헬로네이처, 스트라입스, 잡캐스트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과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 대부분은 온라인 마켓 형태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박표순 팀장은 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종 구매’까지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짠다. 주어진 데이터들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서비스 이용자가 방문해서 최종구매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들을 클릭하며, 어느 페이지에서 이탈하는지 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다보니 빅데이터와 같이 방대한 수치는 아니지요”라며 “다만 우리는 타깃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분석하고자 노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례가 듣고 싶어 더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박 팀장은 자세한 회사명은 밝히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관련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S사의 경우 회원 가입 시 최초 1회에 한해 방문 영업을 합니다. 영업사원별로 고객 방문 영업 이후 패턴을 분석했죠. 그 결과, 고객들의 첫 구매율은 평균보다 낮지만 재구매율이 월등히 높은 영업사원을 찾아냈습니다. 이 영업사원이 방문한 고객들의 프로필은 다른 영업사원이 방문하는 고객들과 평균 대비 큰 차이가 없었지요. 그래서 재구매율이 높은 영업사원의 방문 전, 방문 시, 방문 후 수행하는 활동을 다른 영업사원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다른 특징이 발견됐지요.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재구매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알아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재구매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박표순 팀장에 따르면 마케팅 채널에 돈을 쓸 때 효율성을 분석하기 위해 주 단위의 효과 분석을 진행한다. 또한 이용자가 단순히 페이지를 방문하거나 가입하는 것을 넘어 최종적으로 지갑을 여는 전체 과정을 트래킹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박 팀장이 사용하는 툴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프로그램 ‘엑셀’이 중심이고, 필요에 따라 MySQL로 처리하고 있다.

“크기가 작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면서 쿼리를 던지기보다는 실제로 간단한 툴을 쓰면서 눈으로 보면서 분석하는 게 났습니다. 특히 사업 초기에 무리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달려들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반에는 엑셀의 스프레드 시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초기 단계를 지나게 되면 엑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몇만건 단위의 수치를 정리할 때는 MySQL로 저장, 처리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MySQL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로우(Raw)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사업 초반에는 유익합니다.”

이용자 경로 추적에는 구글애널리틱스(GA)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향후 자체 관리 페이지를 만들어 비즈니스별로 특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 애널리틱스의 경우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도 간편합니다. 처음에는 지표를 파악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초반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 지표를 파악했습니다. 케이팩터(K-factor)의 지표를 집중해 봤는데, 스타트업에 적합하지만 트래킹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분석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웹호스팅 솔루션 업체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객에 대해 알아가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자체 어드민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유닛이코노믹스 분석(Unit Economics Analysis)이다. 이를 통해 ‘고객을 얻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볼 수 있다. 자본회수기간(Payback Period)을 분석해 얻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클릭당 과금(CPC) 500원짜리 광고를 해서 100명이 이를 클릭하면 서비스 제공자는 5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그 중 10명이 회원 가입을 했다면, 회원 가입 1인에 드는 비용이 5000원이 된다. 그리고 그 중 한명만이 구입했다면 구매회원 1인에 들어간 비용이 5만 원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한 명의 고객으로부터 5만 원 이상의 가치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손해보는 장사가 된다. 결국 고객별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파트너사인 F사의 예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F사의 고객들은 유입채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웹/모바일로 가입, 주문하는 경우와, 전화로만 주문하는 경우입니다. 두 플랫폼은 고객만족도를 비롯하여 고객획득비용과 고객생애가치 등 여러 지표들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닛이코노믹스 분석을 해봤더니 웹/모바일을 통해 가입하고 주문하는 고객의 질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예산을 이쪽으로 집중하며, 전화로 주문하는 고객들을 웹/모바일에 가입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마케팅을 통한 모객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평균적인 고객의 질을 높이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개인에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체크하는 것은 다소 피곤한 업무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1월에 회원 10명의 유치를 위해 5만 원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최종 구매를 하는 시점은 각각 다르다. 구매를 안할 수도 있다. 만약 1명의 최종 구매 고객이 당시 1만 원을 사용했다면 앞으로 4번 이상은 이 페이지에 방문해서 1만 원씩 써야 이윤이 남는다. 그럼에도 대상을 축소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박 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자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초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선점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애초에 구매 고객이 될 가능성이 낮은 사람에게 불필요하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며 “실제로 처음에는 구매 전환까지 4~5% 나오던 서비스가 분석 결과 80~90%까지 올라간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만한 고객군을 좁혀나가고, 이들을 최대한 맞춤형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초반에 사업을 확장하기는 쉬워도 나중에 축소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함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또, 박 팀장이 강조한 것은 데이터 분석의 ‘주기’였다. 짧으면 짧을 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리고 사업 초반에는 데이터만큼이나 직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회사들이 분기마다 고민하는 것을 주 단위로 압축해서 고민합니다. 파트너사들이 타이트하게 분석하기를 원하기도 하고요. 모든 의사결정의 근거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숫자가 필요합니다. 큰 방향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사업 초기에는 직관도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은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보다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데이터는 직관을 검증해주는 통로로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군 중에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있다. 박 팀장이 강조한 것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알지 못하더라도 기업 내부의 사정을 아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분석만 할 줄 아는 사람보다 낫다는 점이었다.

“스타트업인 경우 내부 직원이 데이터 분석을 배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능력있는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다면요. 저희가 운영하는 패스트캠퍼스에 이러한 요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는데요. 인기가 많습니다.”

박 팀장은 어떻게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의 이력을 보면 독특하단 말이 절로 나온다. 포항공대에 다녔던 시절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와 벤처동아리를 만들면서 공대 내 최초의 경영 동아리를 만들었고, 동영상 검색엔진을 만드는 스타트업 엔써즈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STX에 입사했다. 하지만 2년여만에 퇴사하고,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입사했다.

“2003년도인데 학교 수업에서 금융쪽 모델링을 하는 수업을 듣는데 여기서 엑셀에 푹 빠지게 됩니다. 데이터가 없으니 가계부를 쓰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10년을 넘게 했네요. 원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 대학 선배인 박지웅 대표와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엔써즈 인턴 시절에는 웹하드에서 다운로드 되는 동영상 콘텐츠의 저작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그러다 STX에 입사했습니다. 좀 더 큰 조직에서 배워보고 싶은 마음과, 자원 투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신입사원임에도 자원 투자를 하고 싶다고 어필해서 이쪽으로 부서 발령이 났고, 부서에서 나오는 모든 엑셀 업무를 제가 담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시절 재무를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은 뒤 박지웅 대표가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일해볼 것을 제의해 2012년 초에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박표순 팀장은 올해로 30세(1984년생)다. 페이스북을 통해 ‘페친’인 박 팀장의 일상을 엿보면 쉬는 날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주말을 반납하고 일하는 그의 열정 아래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파트너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아가고 있다.

[유재석의 데이터 인사이트] 데이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인터넷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등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edit@imaso.co.kr로 연락주세요.